“이사할 때 보증금 두 번 낼 필요 없다”…ACT, 임대 보증금 이전제 도입 촉구
호주 수도준주(ACT)에서 세입자가 이사할 때 기존 임대 보증금을 새 주택으로 옮길 수 있는 ‘이동식 임대 보증금 제도’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새 집의 보증금까지 수천 달러를 중복 납부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ACT 녹색당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와 빅토리아주가 시행 중인 임대 보증금 이전 제도를 캔버라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세입자는 새 임대주택을 계약하면서 보증금을 먼저 내고, 이전 주택의 보증금이 반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보증금을 별도로 환급받아 다시 납부할 필요 없이 새 임대주택으로 직접 이전할 수 있다. 새 보증금이 기존 금액보다 많으면 세입자가 차액만 추가로 내고, 반대로 적으면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ACT 녹색당 주택 담당 대변인 레베카 바사로티는 생활비 위기 속에서 이사비용과 각종 부대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중복 납부가 또 하나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세입자에게는 추가 보증금 마련 자체가 이사를 가로막을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캔버라는 반려동물 허용과 임대료 인상 제한 등 호주 각 주·준주 가운데 비교적 강력한 세입자 보호 제도를 갖춘 지역으로 평가된다. 세입자는 ACT 정부의 보증금 대출 제도를 통해 새 임대 보증금의 최대 100%까지 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캔버라는 여전히 호주 주도 가운데 임대료가 세 번째로 비싼 도시다. 주거권 옹호단체 ‘에브리바디스 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 7만 호주달러인 캔버라 주민은 임대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의 55%를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사로티 대변인은 캔버라 주민의 절반이 넘는 약 25만 명이 연간 7만5,000호주달러 이하를 벌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장기간 임대시장에 머무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비교적 간단한 제도 개선을 통해 세입자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ACT 정부가 먼저 제도 도입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올해 말까지 관련 촉구안을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ACT 정부는 빅토리아주와 NSW주 등 다른 지역의 제도 운영 경험과 시행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정부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ACT에서는 이전 주택과 새 주택을 동일한 임대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체가 관리하는 경우에만 보증금 이전이 가능하다. ACT 법무장관 타라 체인은 앞서 주의회에서 빅토리아주와 NSW주가 최근 도입한 제도의 진행 상황을 정부가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빅토리아주와 NSW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 선택형 임대 보증금 이전 제도가 도입됐다. 이용 수수료는 25호주달러다.
NSW주에서는 세입자가 온라인 포털을 통해 기존 보증금을 새 임대계약으로 이전한다. 새 보증금과 기존 보증금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 추가 납부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지만, 기존 임대인이 보증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기존 임대인의 청구가 인정되면 보증금을 보관하고 있는 정부가 임대인에게 해당 금액을 직접 지급한다. 세입자는 정부가 대신 지급한 금액을 28일 이내에 상환해야 한다.
제도 도입은 대체로 환영받고 있지만, NSW 세입자연합은 25호주달러의 행정 수수료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보증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통해 세입자들이 이미 제도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단체 측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