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청년층 ‘내 집 마련’ 80년 만에 최저…세대 간 자산 격차 심화
호주의 높은 집값과 생활비 부담이 청년층을 주택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25~34세의 주택 보유율은 8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호주 성공회 계열 복지단체 앵글리케어 오스트레일리아가 발표한 ‘폴링 비하인드(Falling Behind·뒤처지는 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용 부동산에 유리하게 설계된 세제와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케이시 체임버스 앵글리케어 오스트레일리아 전무는 “청년층이 딛고 서 있는 경제적 기반 자체가 바뀌었다”며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과거보다 불안정한 일자리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생활비도 크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학업 기간은 길어졌고, 평균 연소득 대비 주택 계약금 규모가 커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 기간도 과거보다 훨씬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동시장 환경에서 임금을 받았고, 임금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투자자산을 통해 부를 축적하면서 현재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보호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층의 자산은 장기간 크게 증가했지만, 이들이 부담하는 소득세 비중은 이에 비례해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년층은 집값과 생활비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연방정부는 올해 주식, 투자용 부동산, 기업 매각 등에 적용되는 투자 관련 세제를 개편했다.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지난 5월 예산안에서 이를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하고 야심 찬 개혁으로 평가하며, 근로자와 기업,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미래 세대를 위해 세제를 더욱 공정하고 견고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체임버스 전무는 투자소득에 제공되는 세금 혜택을 축소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과 소득을 동일한 기준으로 과세하지 않으면 부가 일부 계층에 집중된다”며 “한번 집중된 부를 다시 분배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수당(Youth Allowance)의 낮은 지급액도 세대 간 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청년수당은 호주 정부기관 센터링크가 학생과 구직 청년 등에게 지급하는 사회보장급여로, 자녀가 없는 독신 수급자의 최대 지급액은 2주당 677.20호주달러다.
이는 호주의 빈곤선은 물론 구직수당(JobSeeker)과 노령연금 지급액보다도 낮다. 청년층 역시 고령층과 동일한 수준의 임대료와 식료품비, 전기요금을 부담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더 적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다.
체임버스 전무는 “23세라고 해서 집세나 식료품, 전기요금이 더 저렴한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청년들은 사회보장제도에서 가장 낮은 급여로 생존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빈곤이 청년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신 구직수당 수급자는 임대료와 식비, 교통비를 지불한 뒤 매주 251호주달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정의 양육수당 수급자는 매주 174호주달러, 자녀 2명을 둔 부부가 모두 구직수당에 의존할 경우에는 매주 428호주달러가 부족했다.
또한 35세 미만 저소득 임차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렌트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청년수당을 받는 독신자가 감당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호주 전역에서 단 한 채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