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형 건설사 Bathla Group 법정관리 돌입…3조원대 부채에 주택 구매자 ‘발 동동’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의 대형 주택 개발업체 Bathla Group(바틀라 그룹)이 심각한 자금난 끝에 자발적 관리절차(Voluntary Administration)에 들어갔다. 주력 법인인 Universal Property Group(UPG)의 부채 규모가 지난해 6월 기준 32억 호주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부 시드니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대규모 주택 개발 사업과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 기업·증권 규제기관 ASI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기업 구조조정 전문업체 Teneo의 관리인들이 25일 Bathla Group의 핵심 법인인 Universal Property Group과 계열 건설회사 Raj & Jai Construction의 자발적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호주의 자발적 관리절차는 재정난에 빠진 기업의 경영권을 독립적인 관리인이 넘겨받아 재무상태와 회생 가능성을 조사하는 제도다. 이후 채권자들은 기업을 구조조정해 존속시킬지, 청산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Bathla Group은 특히 Schofields, Marsden Park, Tallawong 등 서부 시드니 지역에서 비교적 저렴한 주택과 타운하우스,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해 온 개발업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개발 파이프라인에는 약 2만2,000채의 아파트와 3,500채의 주택이 포함돼 있다.
Bathla Group의 바르트 부샨(Bhart Bhushan) 전무이사는 최근 회사가 주택 판매 둔화와 세제 변화, 건설비 상승이 한꺼번에 겹친 이른바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로더(Robert Loader) 최고경영자 역시 부동산 판매와 주택 가격은 하락한 반면 건설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경영상 압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Bathla Group의 핵심 법인 Universal Property Group은 지난해 6월 30일 기준 32억 호주달러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모신용펀드(Private Credit Funds)에 대한 채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관리인들의 재무조사가 진행되면 Bathla Group이 부동산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사모대출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활용했는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Bathla Group의 기업 구조도 매우 복잡하다. ASIC 자료에 따르면 Universal Property Group을 최상위 법인으로 수백 개의 별도 회사가 연결돼 있으며, ‘UPG 460’에 이를 정도로 다수의 번호형 법인이 존재한다. 일부 사업은 전혀 다른 회사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상당수 법인의 최종 지주회사는 Universal Property Group으로 등록돼 있다.
관리업체 Teneo는 현재 최우선 과제가 Bathla Group의 사업 운영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기관과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직원들을 보호하고 기존 건설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Teneo Australia의 스티븐 롱리(Stephen Longley)는 건설 공사와 부동산 잔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사업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Bathla Group의 주택을 선분양으로 구입한 구매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NSW 지역 Lochinvar에서 지난해 중반 70만9,990호주달러에 단독주택을 오프더플랜(Off-the-plan·완공 전 선분양)으로 구입한 한 여성은 해당 주택을 두 어린 딸과 함께 거주할 가족의 집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Bathla 측으로부터 주택이 올해 6월 완공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후 8월로 미뤄졌고, 다시 올해 말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현장에 작업자가 보이지 않는 날이 많아 오래전부터 불안했다며 공사 현장이 사실상 “유령도시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울런공 인근 Kembla Grange의 Bathla Group 개발사업에서 침실 2개짜리 아파트를 선분양으로 구입한 재니스 케이힐(Janice Cahill)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당초 지난해 9월 완공 예정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완공 시점이 2025년 12월, 2026년 3월, 4월, 8월, 9월 등으로 잇따라 연기됐으며, 최근에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밀렸다고 밝혔다.
케이힐은 아파트 완공을 기다리는 동안 스튜디오형 주택에서 거주하면서 임대료와 창고 보관료를 동시에 부담하고 있다. 특히 반복되는 입주 지연이 생활비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Bathla Group의 자발적 관리절차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회사 측으로부터 별도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Bathla Group의 이번 자발적 관리절차는 최근 건설비 상승과 높은 금융비용, 주택시장 변동으로 압박을 받아온 호주 건설·부동산 개발업계의 경영난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Teneo가 회사의 재무상태와 프로젝트별 자금조달 구조를 조사하면서 현재 공사 중인 주택의 완공 여부와 분양 계약자들의 권리가 어떻게 처리될지가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