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한파 온다'… 호주 집주인들, 집값 하락 전 매도 '러시'
호주 전역에서 주택 매물이 급증하면서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기 전에 서둘러 집을 처분하려는 매도자들의 발걸음이 다급해지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시장에 매물이 많아질수록 가격은 하락하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 기관 코탈리티(Cotality)에 따르면, 5월 3일 기준 최근 4주간 시장에 새로 등록된 주택 매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4%, 최근 5년 평균치 대비 4.7% 증가했다. 팀 롤리스(Tim Lawless) 리서치 센터장은 "향후 매매 조건이 악화되거나 하반기에 주택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매물 등록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시드니와 멜버른의 신규 매물 유입량은 5년 평균치를 각각 12%, 4.5% 웃돌았다. 롤리스 센터장은 "매도자들이 물량을 무작위로 쏟아낸다기보다는 매수 수요가 둔화하고 매매 속도가 느려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점진적으로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매수 심리 위축과 경매 낙찰률의 가파른 하락은 치솟는 대출 비용과 연방 예산안에 포함된 대대적인 세제 개편안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이달 발표한 예산안을 통해 기존 주택에 대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투자용 부동산 세금 감면)을 제한하고, 자본이득세(CGT) 할인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주택 시장은 예산안 발표 이전부터 호주 중앙은행(RBA)이 2월과 3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4.35%까지 끌어올리면서 이미 뚜렷한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경매 시장의 지표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독립 경제 분석가인 타릭 브루커(Tarric Brooker)에 따르면, 지난 주말 시드니의 경매 매물 대비 실제 판매 비율은 전주의 28%에서 27.5%로 떨어졌다. 이는 공휴일 및 연말 시즌을 제외하면 201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또한 브루커는 경매 결과가 보고되지 않은 비율이 48.4%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입찰자가 전혀 없어 유찰될 경우, 부동산 중개인들이 실패한 경매 결과의 데이터 기관 보고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업계 관행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