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자가연금(SMSF) 주택 투자 대출 금지 추진…업계 '신뢰 훼손' vs '영향 제한적' 엇갈린 반응"
호주 정부가 자가관리형 연금펀드(SMSF·Self-Managed Super Fund)를 통한 주거용 부동산 투자 대출을 미래 신규 투자부터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세무·연금 전문가들은 정부가 은퇴자산 정책을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활용해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실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정부는 전날 논란이 된 연금세 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녹색당(Greens)과 합의하면서 SMSF의 제한적 소구 대출(LRBA·Limited Recourse Borrowing Arrangement)을 이용한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앞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신규 투자에만 적용되며, 기존 투자에 대한 대출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현재 거래가 진행 중인 투자자들을 위해 45일의 유예기간도 제공된다.
SMSF는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호주의 자가관리형 퇴직연금 제도다. LRBA는 연금펀드가 부동산 등 자산을 매입할 때 대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담보 자산 이외의 연금 자산에는 채권자의 청구권이 미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감사 전문기업 릴라이언스 오디팅 서비스(Reliance Auditing Services)의 나즈 란데리아 대표는 이번 발표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은퇴자금, 국가경제, 장기 정책을 정치적 협상의 카드처럼 다루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비판했다.
란데리아 대표는 은퇴 보장과 관련된 정책은 정치적 거래가 아니라 객관적 근거와 국가적 이익에 기반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회계법인 KPMG 관련 논란이 신뢰와 거버넌스, 책임성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SMSF 얼라이언스(SMSF Alliance)의 데이비드 부솔리 대표 역시 이번 합의가 녹색당의 "부의 축적에 대한 반대"를 반영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당 정부가 또 하나의 공약을 뒤집었다며 녹색당은 SMSF와 LRBA 제도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고 지적했다.
부솔리 대표는 LRBA가 특히 젊은 가입자를 포함한 연금 가입자들의 은퇴 자산 형성을 위한 합법적이고 적절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SMSF의 부동산 투자가 첫 주택 구매자의 주택 접근성을 저해했다는 주장도 실제 데이터상으로는 거의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SMSF 전문 컨설팅 업체 스마터 SMSF(Smarter SMSF)의 최고경영자(CEO) 애런 던은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제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LRBA 활용은 계속 허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던 CEO는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면 과도하게 감정적인 대응이 됐을 것이라며, 녹색당이 문제 삼아 온 주택시장 이슈에 집중한 현실적인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LRBA가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대출비율도 주거용 부동산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자산관리업체 와틀 파트너스(Wattle Partners)의 드루 메러디스 이사는 언론 보도에 비해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금지 조치가 신규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만 적용되며 기존 대출은 보호되고 상업용 부동산 투자 역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메러디스 이사는 실제로 SMSF의 약 10%만이 대출을 활용하고 있으며, 해당 대출 규모도 전체 SMSF 자산의 약 3%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퇴 단계에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애초에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는 전통적인 은퇴 설계 전략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