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세 논란 확산”… 호주 자본이득세 개편안, 220만 고령 여성에 직격탄 우려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이득세(CGT·Capital Gains Tax) 개편안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부 공동명의 투자부동산의 경우 배우자 사망이나 이혼 시 기존 세제 혜택이 사라질 수 있어 220만 명이 넘는 고령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발표한 자본이득세 개편안의 ‘기존 투자자 보호(Grandfathering)’ 조항이다. 기존 투자용 부동산 보유자는 현행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공동명의 자산의 소유권 구조가 변경될 경우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소속 상원의원 데이비드 포콕은 이를 두고 사실상 ‘과부세(Widow’s Tax)’라고 비판했다. 그는 “배우자 사망이나 이혼으로 인해 공동 보유 자산의 소유권이 이전될 경우 기존 자본이득세 혜택을 잃게 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특히 여성들에게 불균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재무부 관계자들은 상원 질의 과정에서 “자산 지분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이전될 경우 새로운 소유자는 기존 면제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배우자 사망이나 이혼 사례에 해당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호주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은 약 220만 명으로 고령층 인구의 53%를 차지한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어 최고령층으로 갈수록 여성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따라 향후 해당 세제 변경의 영향이 여성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자가관리형 퇴직연금(SMSF·Self-Managed Super Fund) 규제 강화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반발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예산안 통과를 위해 녹색당(Greens)과 협상하면서 SMSF를 통한 투자용 부동산 매입 시 차입을 허용하던 제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SMSF 가입자들은 연금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는 가능하지만 대출을 활용한 투자용 부동산 매입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해당 제도가 전체 부동산 대출의 1% 미만에 해당하며 주택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SMSF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는 세제 혜택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투자 수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투자 부동산 매각 시 자본이득세율이 일반 세율보다 낮고, 60세 이상 은퇴자의 경우 사실상 세금이 면제되는 경우도 많아 중소기업 운영자와 자영업자, 농업인 등에게 널리 활용됐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유명 부동산 코치 톰 파노스는 SNS를 통해 “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계속 규칙을 바꾸면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계획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투자자 잭 헨더슨 역시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일반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계속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인 샘 고든은 “이번 예산안 통과를 위해 녹색당과 졸속 거래가 이뤄졌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자본이득세 및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개혁이 첫 주택 구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기어링은 투자용 부동산 손실을 근로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호주의 대표적인 부동산 세제 제도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개혁은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세금 체계를 보다 공정하게 만드는 조치”라며 “대다수 호주인은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생계를 유지한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부동산 투자 억제와 주택 구매 기회 확대라는 정부 목표와 투자자 권익 보호 사이에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향후 상원 심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