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한 번에 사라진 10년의 고객…호주 소상공인 “인스타 계정 삭제에 사업 무너졌다”
호주의 한 소상공인이 해킹으로 인해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을 잃으면서 10년간 쌓아온 고객 기반과 온라인 상점을 한순간에 잃는 피해를 입었다. 디지털 플랫폼의 일방적인 계정 정지와 부실한 고객 지원으로 인해 호주에서 매년 약 5억 호주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면서, 정부 차원의 분쟁조정기구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호주 골드코스트에 거주하는 레베카 카스타노-맨더(Rebecca Castano-Mander)는 지난 1월 자신의 유기농 스킨케어 브랜드 '내추럴리 코스(Naturally Cos)'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단순한 보안 경고로 생각했지만 불과 몇 분 만에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그녀는 "고객으로부터 계정 화면이 검은색으로 바뀌었다는 캡처 화면을 받았고, 몇 분 뒤에는 게시물이 모두 사라졌다"며 "이후 팔로워까지 모두 삭제됐고 결국 계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전히 사라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7년부터 인스타그램 쇼핑 기능을 활용해 화장품을 판매해 온 그녀에게 계정 삭제는 곧 사업 기반의 붕괴를 의미했다. 다음 날부터 거래처들은 회사가 폐업한 것이 아니냐며 연락해왔고, 오랫동안 구축한 고객 커뮤니티와의 연결도 모두 끊어졌다.
이후 메타(Meta)는 계정을 복구하려면 운전면허증과 출생증명서, 혼인증명서 등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을 제출해 만 16세 이상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카스타노-맨더는 이러한 요구가 납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들의 얼굴이 등장하는 사진도 올리지 않았는데 왜 이런 절차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새 계정을 만들 때는 신분증이 필요 없는데 기존 계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메타 고객지원에도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받지 못했다.
그녀는 "비즈니스 지원 페이지는 수많은 메뉴와 설정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었고, 문의 기능을 통해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의도적으로 지원을 어렵게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녀는 계정 복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크리에이터 계정을 개설했다. 그러나 기존 비즈니스 계정과 달리 쇼핑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판매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그녀는 "메타 광고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며 "10년 동안 함께한 3000명의 충성 고객과의 연결이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되찾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규모 사업은 대기업과 달리 창업자의 이야기와 고객과의 관계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는 경험은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메타 측은 계정 정지 사유가 정책 위반 가능성과 관련된 경우 일반적인 영상 셀피 대신 보다 높은 수준의 신원 확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특히 비즈니스 계정의 보안을 보호하기 위해 더 엄격한 신원 확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며, 제출된 신분증은 안전하게 처리되고 확인 절차가 완료되면 보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호주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플랫폼 분쟁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소비자정책연구센터(Consumer Policy Research Centr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호주인의 80%가 구글,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각종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연간 5억 호주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호주 통신산업옴부즈맨(Telecommunications Industry Ombudsman·TIO)은 지난 2년 동안 디지털 플랫폼 관련 민원 약 2000건을 접수했지만 현재는 법적 권한이 없어 실질적인 분쟁 해결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TIO는 통신 분야와 유사한 '커뮤니케이션 옴부즈맨(Communications Ombudsman)' 제도를 신설해 구글과 메타 등 대형 플랫폼과 이용자 및 소상공인 간 분쟁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도는 정부의 초기 예산 지원으로 출범한 뒤 월간 이용자 50만 명 이상 또는 연매출 1억 호주달러 이상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운영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호주 국민 4명 가운데 3명이 이 같은 독립 분쟁조정기구 설립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