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신규 주택 계약 대거 취소 우려…SMSF 대출 금지 여파에 수천 채 공급 차질 전망
호주 정부가 자가관리연금(Self-Managed Super Fund·SMSF)을 통한 주택 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이미 체결된 신규 주택 계약 수천 건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주택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신규 주택 건설과 공급 확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오는 8월 10일부터 SMSF가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제한책임대출(Limited Recourse Borrowing Arrangement·LRBA)을 새롭게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다. LRBA는 담보 자산 외에는 대출기관이 추가 청구를 할 수 없는 구조의 대출 방식으로, 그동안 SMSF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에 널리 사용돼 왔다.
기존에 실행된 대출은 그대로 유지되지만(Grandfathering), 시행일 이후에는 신규 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이로 인해 이미 계약은 체결했지만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당수의 주택 계약이 자금 조달 문제로 취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호주주택산업협회(Housing Industry Association·HIA)가 전국 단독주택 건설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SMSF LRBA를 활용한 미착공 계약은 총 3,613건이다.
이 가운데 약 2,415건(66.9%)이 제도 시행 이후 취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단독주택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이며, 아파트 시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분양 아파트(Off-the-plan)의 경우 계약 후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나 잔금 시점에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아 실제 취소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중소 건설사의 계약까지 포함하면 영향을 받는 계약은 수천 건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호주도시개발협회(Urban Development Institute of Australia·UDIA)의 오스카 스탠리 회장은 SMSF 투자자들이 신규 아파트 개발사업의 사전 분양 계약(Pre-sales) 가운데 25~50%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개발업체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사전 분양 계약을 확보해야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취소가 늘어나면 신규 개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HIA와 UDIA를 비롯한 주요 건설업계 단체들은 정부에 신규 주택 건설에 한해서는 SMSF 대출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Carve-out)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별도의 예외 조치가 없을 경우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2029년 6월까지 5년간 신규 주택 120만 채 공급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HIA는 계약 취소와 향후 신규 계약 감소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단독주택 착공 물량이 3.5~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주택 거래 감소로 인해 각 주정부의 GST(부가가치세) 및 인지세(Stamp Duty) 세수도 4억5,000만 호주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HI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팀 리어든은 정부가 이번 정책이 실제 주택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객관적인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 주택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SMSF 대출 금지 정책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방해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이나 주택 공급 감소 규모에 대한 공개 데이터 없이 통과됐다"며 "다음 총선 이전에 정책 효과를 투명하게 분석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DIA의 오스카 스탠리 회장 역시 "모든 주택 정책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 많은 집을 짓게 만드는가'이다. 답이 '아니오'라면 그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