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정당한 사유 없는 퇴거 금지 추진… 업계는 “승자 없는 조치” 경고
서호주(WA)가 전국 최고 수준의 심각한 주택난과 주거비 부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 새로운 임대차 개혁안의 일환으로 '정당한 사유 없는 퇴거(no grounds evictions)'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제안된 개정안에 따라 임대인은 계약을 종료하기 위해 반드시 합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집주인이나 친척이 직접 입주하려는 경우, 대대적인 개축 및 철거가 필요한 경우, 세입자가 지속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위반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건물이 매각되거나, 임대료가 미납된 경우, 혹은 임대 숙소 내에서 불법 행위가 벌어진 경우에도 세입자는 집을 비워야 할 수 있다.
이번 개혁안에는 예비 세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더불어 세입자는 수수료 부담 없이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수단을 최소 한 가지 이상 제공받아야 한다.
서호주 지방정부·산업규제·안전부(Department of Local Government, Industry Regulation and Safety)는 법안 초안 작성 과정에서 이러한 개혁안의 세부 사항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로저 쿡(Roger Cook) 서호주 주총리는 이번 법안이 모든 서호주 주민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집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유 없는 계약 해지를 종식시키고 상식적인 사유로 대체하는 것은 서호주의 임대 시장을 더욱 공정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이번 임대차 개혁은 임대료 경매(rent bidding) 금지와 임대료 인상 주기를 12개월에 1회로 제한했던 이전의 조치들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토니 부티(Tony Buti) 상무 장관 역시 정부가 공정성을 보장하는 개혁에 매진하고 있으며, 생활비 상승 압박 속에서 민간 임대 주택에서 쫓겨나는 서호주 주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며, "동시에 다음 단계의 임대차 개혁은 세입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모두를 위해 더 공정하고 안전한 주택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호주 부동산협회(REIWA)회장은 주거 임대차법(Residential Tenancies Act)의 다음 검토 대상에 무사유 퇴거 금지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 조치가 결국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no winners)'이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무사유 퇴거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세입자를 반대하거나 임대인의 편을 들기 위함이 아니라, 서호주 임대 시장의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주 전역의 임대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대규모 투자자 이탈 사태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서호주가 더 이상의 임대 주택 감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급이 다시 줄어들면 공실률이 하락하고 가용 주택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어 임대료 인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호주 녹색당(WA Greens)의 주택 정책 대변인 팀 클리포드(Tim Clifford)는 이번 발표가 임대차 개혁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사한 법안을 도입한 다른 주들에서 무과실 퇴거를 허용하는 허점이 발견되었으며, 집주인들이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을 통해 세입자를 내쫓을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정부를 압박하지 않으면 그들이 개혁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에 임대료 상한제 법안을 예정대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