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드러났다” 알바니즈 총리, 세제 개편의 본질은 ‘집값 상승세 제어’ 명시
앤서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가 노동당 정부의 대대적인 신규 세제 개혁안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솔직하게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알바니즈 총리는 지난 20년간 무려 400%에 달했던 주택 가격 급등세가 앞으로 더는 지속되어서는 안 되며, 이번 개혁은 집값 상승 속도를 둔화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정부의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투자 손실 세금 공제) 제한 및 자본이득세(CGT) 개편안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과정에서 알바니즈 총리는 현재와 같은 주택 시장의 궤적이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이라는 '호주의 꿈'을 완전히 앗아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999년 이후 주택 가격은 400% 이상 폭등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평균 소득 증가율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알바니즈 총리는 과거 하워드 정부가 1999년에 단행한 자본이득세 감면 조치가 본래 주식 시장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매년 부동산 투기를 과열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세제 혜택이 유지되는 동안 수많은 청년층이 주택 시장에서 소외되었고, 세대 간 자산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래 세대의 희망이 갉아먹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99년 이후 25세에서 34세 사이 호주인의 주택 소유율은 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 개혁이 열심히 일하고 희생하면서도 경매 시장에서 매번 좌절해야 했던 청년들을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주택 구매를 아예 포기하기 직전에 몰린 젊은 호주인들을 향해 알바니즈 정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호주의 꿈'을 다시 실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집값의 향방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주택부 장관은 아침 방송 '선라이즈(Sunrise)'에 출연해 정부가 주택 가격의 하락을 원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직면했다. 오닐 장관은 "정부가 주택 가격의 하락을 바라는 것은 아니며, 이번 정책의 효과 역시 폭락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원하는 것은 오직 '지속 가능한 성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진행자가 "그렇다면 가격이 오르기를 원한다는 뜻이냐"고 재차 추궁하자, 오닐 장관은 지난 20년간의 400% 폭등은 원치 않지만 국가 경제를 위해 주택 가격이 완만하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와 맞물려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의 하락세를 점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최대 9%의 집값 하락을 예측한 가운데, AM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셰인 올리브(Shane Oliver) 박사는 2026-27 회계연도 동안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이 약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5% 낮은 보증금 대출 제도'의 확대 덕분에 아파트(Unit)나 저가형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으로 보았다.
올리브 박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주택 시장 둔화의 원인으로 호주 중앙은행(RBA)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 심각한 주택 구입 능력 저하, 중동발 오일 쇼크로 위축된 매수 심리, 그리고 기존 주택 매입 시 네거티브 기어링 혜택을 제외하고 실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로 한 이번 연방 예산안의 세제 개편 등을 꼽았다.
현재 RBA는 기준금리를 2023년 통화긴축 사이클의 최고점인 4.35%까지 다시 끌어올린 상태이며, 올리브 박사는 오는 8월에 한 차례 더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개 금리 인상은 구매자들의 대출 한도를 축소시키고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켜 급매물을 늘리기 때문에 집값 하락이나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지난 2023년에는 이례적인 인구 폭발로 인해 고금리 속에서도 집값이 상승했으나, 이번에는 그러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주 주택 시장의 역사적 주기(Super Cycle)를 살펴보면 1920년대의 1차 장기 호황은 1차 세계대전 종료 후 급격한 인구 성장과 경제 붐에 기인했으나, 이후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초기 인구 감소가 맞물리며 폭락세를 겪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2차 장기 호황기에는 실질 주택 가격이 장기 추세선보다 50% 이상 치솟기도 했다. 부동산 진입의 '황금기'는 실질 가격이 장기 추세선보다 20% 이상 낮았던 1990년대 중반이었으며,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현재의 30년 장기 호황 주기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올리브 박사는 1999년 도입된 50% 자본이득세 할인 제도가 네거티브 기어링 및 높은 최고세율과 결합되면서 주택 투자 수요를 비정상적으로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이 복합적인 요인들이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저렴했던 호주의 주택 가격을 2000년대 초반부터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비싸게 만들었으며, 오늘날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