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우주산업, 2034년 2000조 시장 선점 기회…전문가들 "투자 확대 없으면 황금기 놓친다"
호주가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리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투자 확대와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수천조 원 규모의 미래 산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호주의 우주산업이 향후 국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 기관 오비탈 레이더(Orbital Radar)와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현재 약 8940억 달러(약 1220조 원) 규모인 글로벌 우주경제 시장은 오는 2034년까지 1조4400억 달러(약 1960조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민간 기업이 전체 시장의 약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 역시 우주를 국가 안보와 핵심 인프라의 영역으로 인식하면서 투자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우주산업 컨설팅업체 노바스페이스(Novaspace)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의 우주 프로그램 지출은 2025년 사상 최대인 195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추가로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130억 달러로 전 세계 정부 지출의 5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중국이 280억 달러, 일본이 95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반면 호주의 정부 투자 규모는 7억7700만 달러에 불과해 세계 12위 수준에 머물렀다.
호주 북부 퀸즐랜드 케이프요크 반도에 호주 최초의 대규모 다목적 로켓 발사장을 건설 중인 스페이스센터오스트레일리아(Space Centre Australia)의 최고경영자 제임스 팔머는 우주산업이 호주 경제에 막대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전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팔머 CEO는 "많은 사람들이 생활비 부담과 주거 문제를 언급하며 왜 우주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느냐고 묻지만, 실제로 우주산업은 지역 경제와 사회 구조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 수준을 높이며 젊은 세대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호주의 지리적 조건이 세계 우주산업 경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호주는 광활한 국토와 낮은 인구 밀도를 갖추고 있어 로켓 발사와 회수에 유리하며, 적도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발사 기지는 지구 자전의 이점을 활용해 연료 소비를 줄이고 발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정치적 안정성과 법치주의 역시 글로벌 우주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블루오리진(Blue Origin)의 뉴글렌(New Glenn) 로켓 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호주가 대체 발사 기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팔머 CEO는 "미국의 대형 우주기업들이 매일 호주 발사시설 이용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정부 간 협약과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주산업 투자는 일반적으로 1달러 투자당 약 7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며 대규모 우주항 개발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2023년 경제효과 분석에 따르면 노동력에 투입된 100만 달러당 미국 경제 전체에서 약 680만 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 또한 우주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된 생산액 100만 달러당 일반 산업 분야에서 추가로 약 800만 달러의 경제활동이 유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 스윈번대학교의 천문학자 앨런 더피 교수 역시 호주의 우주산업 잠재력에 주목하면서도,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는 약 20년마다 우주산업 발전의 기회를 맞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기적인 지원이 중단되면서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더피 교수는 "우주항이나 로켓 기업, 위성 산업을 구축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며 "기상 예측, 산불 감시, 재난 대응, 통신 서비스 등 우주기술 기반 산업 전반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와 무관한 초당적 지원 체계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우주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호주가 지리적·기술적 강점을 적극 활용할 경우 세계 우주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투자와 정책 지원이 미흡할 경우 역사적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