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A 결정 앞두고 금리 인하 경쟁… 호주 주요 은행들, 고정금리 잇따라 인하
호주 주요 은행들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잇따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이 호주중앙은행(RBA)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낮게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RBA가 필요하면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금융권은 오히려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며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은 오는 8월 11일 예정된 RBA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단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0%포인트 인하했다. 금융 비교 플랫폼 캔스타(Canstar)에 따르면 NAB의 2년 고정금리 최저 수준은 연 6.34%로 낮아졌다.
이번 조치로 NAB는 지난 6월 1일 이후 고정금리를 내린 21개 대출기관에 합류했다. 이 가운데 4개 금융사는 연 5.99% 수준으로 6% 미만의 고정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빅4' 은행 중에서는 ANZ도 이미 금리를 인하했으며, 맥쿼리은행(Macquarie) 역시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 상태다.
캔스타 데이터 인사이트 총괄 샐리 틴달은 "RBA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까지 아직 수주가 남아 있음에도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6월 초부터 고정금리를 낮추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기준금리가 이미 정점에 도달했거나 그에 매우 근접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RBA는 경제지표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시장은 다른 방향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정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차주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틴달은 "금리가 다시 내려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앞자리가 6으로 시작하는 금리에 장기간 대출을 고정하려는 수요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빅4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ANZ지만, 맥쿼리은행은 연 6.09%로 이를 밑돌고 있다. 또한 일부 금융사는 연 5.99%의 고정금리를 제시하며 경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전망에서는 빅4 은행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웨스트팩은 8월 RBA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유일한 대형 은행이다. 웨스트팩은 이후 9월에도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시한 반면, 커먼웰스은행(CBA), NAB, ANZ는 현재 기준금리가 사실상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틴달은 "이 같은 전망 차이는 향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고정금리를 선택할지 여부는 RBA의 결정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상환 안정성을 원하는지, 아니면 변동금리의 유연성을 선호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시장은 이번 주 초 RBA가 기준금리를 현재 연 4.35%에서 4.60%로 인상할 가능성을 22% 수준까지 반영했지만, 이후 전망은 다소 완화돼 현재는 약 19% 수준으로 낮아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 호주 통계청(ABS)의 고용지표와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될 예정이며, 이는 RBA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호주 통계청은 한국의 통계청에 해당하는 국가 통계기관으로, 고용과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한다.
틴달은 "앞으로 2주 동안 발표될 경제지표가 기준금리뿐 아니라 고정금리의 향방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빅4 은행들은 내년에는 RBA가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이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